파랑잉크 2020. 7. 5. 18:42


숨 ㅡ테드창
몸의 구조가 기계로 이루어진 사람들 이야기다. 이들은 허파를 끼웠다 뺐다하며 몸에 필요한 공기를 충전한다. 언젠가부터 시계가 빨리가는 것처럼 느낀다. 이런 현상을 이상하게 여긴 뇌해부학자가 원인을 알아내기위해 자신의 뇌를 스스로 해부한다. 알아낸 사실을 동판에 새겨 다른 우주의 탐험자에게 전해질 수 있게 기록한다. 지식을 위한 탐구 열정과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

p.84
만약 그들이 두 우주 사이를 도관으로 연결하는 데 성공하고, 우리 우주로부터 공기를 빼낼 수 있는 밸브를 설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우리 우주를 일종의 공기 저장고로, 자기들의 폐를 채우는 자동 공급장치로 삼아서, 우리 공기를 사용해 자신들의 문명을 가동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p.85
이 동판을 발견해 그 표면에 각인된 글을 당신이 해독해주기를 희망한다. 그러면 당신의 뇌가 일찍이 내 뇌를 움직였던 공기에 의해 작동하든 그렇지 않든, 내 글을 읽는 행위를 통해, 당신의 사고를 형성하는 패턴들이 한때 나의 사고를 형성했던 패턴들을 복제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나는 다시 살게 될 것이다. 당신을 통해서.

p.86
당신의 삶은 우리의 삶이 그러했듯, 다른 모두가 그러하듯, 언제가는 끝날 것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해도, 결국 모든 것은 평형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설령 이런 사실을 자각한다 해도 슬퍼하지 말기를. 나는 당신의 탐험이 단지 저장고로 쓸 수 있는 다른 우주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기를 희망한다. 지식을 원했기를, 우주가 내쉬는 숨으로부터 무엇이 생겨나는지 알고 싶다는 갈망에 의해 움직였기를 희망한다. 우주의 수명을 계산한다고 해서, 그 안에서 생성되는 생명의 다양한 양태까지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야. 우리가 세운 건물, 우리가 일군 미술과 음악과 시, 우리가 살아온 삶들은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 어느 것도 필연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우주는 그저 나직한 쉿 소리를 흘리며 평형 상태에 빠질 수도 있었다. 그것이 이토록 충만한 생명을 낳았다는 사실은 기적이다. 당신의 우주가 당신이라는 생명을 일으킨 것이 기적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