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초더미
건초더미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 중 한 점이 경매에서 1318억에 낙찰 됐다는 뉴스를 봤다. 어떤 그림인가 궁금해 찾아 보니, 해가 지는 무렵에 들판에 쌓여있는 건초더미들을 그려놓은 작품이었다. 작품 제목인 ‘건초더미’와 경매 낙찰가는 너무 상반된 느낌이라 더 놀랍게 느껴졌다. 고작 건초더미 그림이 최고가라니. 예술의 영역을 모르는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다.
'연작'은 같은 장소나 대상을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려가는 것이다. 시간의 따른 빛에 변화에 따라 장소나 대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표현하기에 좋은 기법이다. 모네는 3년동안 건초더미 앞으로 가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순간에 느껴지는 공기와 빛의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집중했을 모네. 마치 그가 건초더미 앞에 서 있는 듯하다. 모네는 일어나자마자 생각하지 않았을까. 오늘은 새벽에 나가서 그려보자. 혹은 오늘은 저녁에 가볼까. 오늘은 대낮에 가서 그려보면 어떨까. 어. 눈이 오네. 눈 온 후 모습도 괜찮겠군. 비가 온 후에 젖은 건초더미는 어떨까. 하나의 대상을 두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잡아내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 끈질긴 화가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건초더미는 그냥 건초더미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사는 순간순간이 한 순간도 같은 순간이 없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쓰는 걸까. 매 순간 달라지는 나를 세밀하게 쓰진 못해도, 조금씩 변화되는 나를 찾기 위해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범한 건초더미라도, 꾸준히 쓰다보면 나만의 건초더미 같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