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키보드

파랑잉크 2020. 10. 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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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아이들은 등교하지 않았다. 학교는 가지 않아도 교육은 멈출 수 없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 집집마다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기기가 필요했다. 우리집에는 7년 넘은 내 노트북과 남동생이 속도가 느려 안 쓴다고 준 노트북이 있었다. 성능이 좋지 않아도 아이들이 수업하기엔 괜찮았다. 내 노트북을 아이에게 주고 나니, 글쓰기는 점점 멀어져갔고, 스마트폰으로 짧게 기록하는 수준에 그쳤다.

아이들은 몇 달간 학교에 가지 못했다. 코로나는 온라인 학습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의 학습은 동영상 몇 개를 보고, 책에 적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대면이 아니라도 선생님과의 소통이 필요했다. 교육부에선 실시간 화상채팅으로 수업을 늘린다고 했다. 노트북 캠이 잘 작동되지 않아 노트북 1대를 더 구입했다. 이제 내 노트북이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잠시뿐이었다. 아이가 노트북 키보드를 깨끗이 닦는다더니, 키보드 위에서 물티슈 물을 짜서 닦고 있었다. 키보드 틈으로 물이 흘러들어갔다. 놀라서 물을 닦아내고 전원을 껐지만 자판 몇개가 먹통이었다.

서비스센터에 전화하니, 키보드를 교체하려면 12만원이 든단다. 수리를 포기해야겠다고 하니, 센터 기사분이 블루스트 키보드를 알아보라고 조언해줬다. 바로 조회했다. 여러 종류 중에 디자인과 실용성을 고민하다 블루투스도 되고, usb연결도 되는 무선 키보드를 선택했다. 배송오자마자 연결하려고 켰는데, 키보드가 블루스트로 잡히질 않았다. 바로 교환신청해서 다음날 다시 새 상품을 받았다. 비대면 시대에 택배는 정말 총알이다. 그 빠름의 이면에 고생하는 택배기사들을 생각하면 고맙고 미안하다.

새로 온 키보드는 바로 블루투스로 인식되어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연결했다. 하나의 키보드로 두개의기기를 쓸 수 있다는점이 마음에 든다. 이 글도 스마트폰과 연결된 키보드로 입력하고 있다. 오래된 노트북이 고장나도 걱정없다. 이제 글을 쓰고 싶을 때면 아무때나 쓸 수 있다. 화면이 작아서 무리하면 안 되겠지만, 오래만에 자판 위에서 느껴보는 자유시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