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 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건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는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 호락호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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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웃게 만드는 시다. 어떤일을 결심을 하고 실천에 옮기는 건 쉽지않다. 금주 결심을 했으니, 지키고는 싶다. 그런데 날이 꾸물하니 마시고도 싶고. 참 난감하다. 점점 의지는 줄어들고 합리화 하기 시작한다. 굳이 뚝심있게 지켜야 할 이유가 뭐냐고. 나도 호락호락한 인간이라, 충분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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