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숙 수필집. <고추밭연가>에 이어 출간한 두번째 수필집<의자, 이야기를 품다>
삶은 그리 둥글둥글하진 않다. 살다보면 갑자기 버거운 일이 튀어나와, 일상의 모양을 울퉁불퉁하게 만든다. 작가는 삶에 계속 부딪힌다. 그래도 피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툇마루에서 본 세상을 보듯 둥글게 다듬어 가며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삶에 대해 연금술적인 태도를 지녔다.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삶의 형태를 진솔한 글로 녹여내는 능력자다. 작가의 시선이 닿는 곳은 어느새 온기로 채워지고 사람냄새가 느껴진다. 의자 하나 갖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나치지 않고, 그들의 삶을 같이 느껴보려 노력한다. 자신의 실존적 삶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자기 연민에 빠져 머무르진 않는다. 끊임없이 삶의 페달을 밟아가며 일상의 모든 부분을 문학적 토대로 이어나가는 사람이다.
책을 읽고 나니, 작가가 나에게도 의자 하나를 슬쩍 내밀어주는 느낌이다. 삶이 까칠해도, 우리 둥글게 살아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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