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지만 읽을 내용이 풍부한 작은수필집.

수필을 쓰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권한다. 수필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잡아 주는 책이다. 2013년 가을에 시작된 수필미학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것은 신재기 선생님의 수필을 향한 열정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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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4
인생은 강물을 떠내려가는 작은 나뭇가지처럼 한자리에 머물 수 없다. 우리 삶은 변화와 도전과 선택의 연속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주체는 결정을 피할 수 없다. 새로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은 소신에서 우러나는 용기이다. 자기 삶에 대한 주인으로서 자신을 소신있게 지키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용기가 아니겠는가.

p122
학문이란 가치와 대학이라는 제도는 문학의 신에 대한 숭배를 보장해 주었다. 예술, 심미성, 무용의 유용성, 언어의 신비스러운 비밀 등의 추상적 관념은 경전이 되어 문학이란 천국을 약속했다. 이 신전에서 소위 문학을 위한 문학에만 매달렸다. 문학을 너무 몰랐다. 지금도 문학을 잘 모른다. 다른 것은 그때는 모르고 있다는 것을 몰랐기에 문학을 신으로 숭배했고, 지금은 내가 문학을 잘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신으로 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문학을 애써 알려 하지 않는다. 더 좋은 삶을 위해 문학과 함께 갈 따름이다.

p138
시보다 더 긴 길이는 경험의 구체적 형상화를 지향한 탓이고, 소설보다 훨씬 짧은 것은 일상의 단편을 담아내는 그릇임을 자처했기 때문일 겁니다. 수필계 안팎에서 줄기차게 비난받아온 '신변잡기'가 수필의 원래 모습입니다. 신변잡기는 수필이 폐기해야 할 항목이 아니라 다듬어 가야 할 자산입니다. 신변잡기가 왜 문제되고 가치가 떨어집니까. 그것을 표현하고 구성하는 방법의 미숙성이 걸림돌이지 신변잡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수필을 일상의 신변잡기로 인정하는 데서 수필 사랑이 시작된다고 봅니다.(중략) 힘을 주지 않고 무던하게 말하는 것이 수필의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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