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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생각도 든다.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은 한 단어로 규정된다. 그 사람은 전쟁용사야. 전쟁 때문에 아주 망가졌대. 비슷한 변주는 무한히 많다. 그 사람은 장애인이라서 그래. 알고 보니 입양아래. 이주민 노동자잖아. 성소수자였다는군.

, 그래서 그랬구나. 이제 이해된다.”

우리는 한 사람을 얼마든지 축소한다.

그 순간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 알겠어! 그래서 그랬군!”

비로소 공감대가 형성된다.

쿤데라는 바로 이런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어리석음을 참을 수 없어서 터뜨리는 웃음. 그는 한 사람의 개성, 정체성, 가치, 이것들을 파괴하여 무의미한 획일성으로 만드는 것이 악마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에 대한 존중은 한 사람을 하나의 원인으로, 당위로 환원 시키지 않는 것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시간이 없다고들 하지만 한 사람을 한 개인으로 볼 수도 없을 만큼 시간이 없어서는 곤란하고 무엇보다 환원은 자신의 문제에서 도망쳐본 사람들의 언어 습관이다.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 위해 편리한 방편 뒤로 숨어든 사람의 시선이다. 이렇게 축소하는 것이야말로 한 인간의 삶을 무겁게 한다. 더구나 내가 타인을 정당하게 대하지 못한다면 무슨 근거로 나 자신을 정당하게 평가해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도 다른 사람이 피상적인 시선으로만 본다면 슬프고 화나지 않는가?

-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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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를 축소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너는 그래서 그렇구나 하면서..... 미안하다. 

나 자신 조차도 내가 스스로 나를 축소해 가는 건 아닐까. 나는 모든 사람의 공감을 원하진 않는다.

그건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으니까.  

다만,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과의 교감을 원한다. 그래, 그래도 잘 살 수 있다고....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사는 거 별거 아니라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아진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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