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이라서 불길했습니다.

검은 주제에 금붕어, 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심하게 그것을 표적 삼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꼬리지느러미를 막대로 건드리면 살랑, 하고 방향을 바꿔 달아납니다. 달아나는 방향으로 쫓아서 다시 건드리면 다시 살랑 달아납니다. 이렇게 몇 번이고 집요하게 쫓고 건드리다가 하루는 구석으로 몰아붙인 뒤 막대 끝으로 꼬리지느러미를 꾹 찍어 눌렀습니다. 지느러미를 잡힌 금붕어는 수조 벽에 코를 비비며 벗어나려고 안간힘이었습니다.

그 짧은 몸부림에 막대에 눌렸던 지느러미가 찢어지고 작은 조각이 뜯겨져 나왔습니다. 지느러미 조각이 물에 풀린 먹처럼 고요하게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가 떠오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정신없이 그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문득 뒤를 보니 나기 오라버니가 서 있었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왔는지 먼지투성이에 머리카락엔 흙이 엉겨 붙은 유령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눈언저리엔 희미하게 멍이 올랐고 입술 끝엔 검붉은 점처럼 피가 고인 채로 굳어 있었습니다. 오라버니는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다가 수조 쪽으로 다가와서 물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검은 금붕어는 입을 뻐끔거리며 물풀 근처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이따금 가슴지느러미를 움직여 방향을 바꿔가며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오라버니를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등을 펴고 나나와 마주 선 뒤, 손바닥을 활짝 펴서 나나의 뺨을 때렸습니다. 한 대만으로 그치지 않고 몇 번이나 힘껏, 힘껏.

아파? 오라버니는 물었습니다. 나나는 얼떨떨하게 정신이 나간 채로 오라버니를 바라보았습니다. 아프냐고 재차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아프지 않아, 오라버니는 팔을 늘어뜨리고 서서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를 때렸으니까 너는 아파. 그런데 나는 조금도 아프지 않아. 전혀 아프지 않은 채로 너를 보고 있어.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 내가 아프지 않으니까 너도 아프지 않은 건가?

대답을 기다리듯 바라보는데도 대꾸하지 못하고 얼얼한 뺨에 손을 대고 눈을 깜빡이며 마주 보았습니다. 오라버니는 새까만 눈으로 나나를 보며 물었습니다.

하지만 너는 아프지, 그렇지?

압도된 채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금붕어를 건드릴 때, 너는 아팠어?

고개를 저었습니다.

같은 거야, 라고 오라버니는 말했습니다.

너하고 저것하고, 같은 거야.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중에서

----------------------------------

 

함부로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은 글이다

어쩌다 무심결에 표적이 되어, 당한 사람은 아프다. 

폭력을 가한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생각없이 저질렀으니, 생각없이 지워지겠지. 

자신이 직접 아파봐야지만, 상대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되는 걸까. 

아픔없이도 '상대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정신이 번쩍 돌아오게 훈계해줄 단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흔, 나를 위해 펜을 들다 ㅡ김진  (0) 2019.07.10
관점을 디자인하라ㅡ박용후  (0) 2019.06.11
을의 철학  (0) 2019.06.06
김숨 [국수]중에서  (0) 2019.06.03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중에서  (0) 2019.05.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