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말 ㅡ박준

 

그렇게 들면 허리 다 나가 짐은 하체로 드는 거야 등갓 잘 보고 모서리 먼저 바닥에 놓아 아니 왼쪽으로 조금 더 왼쪽으로,

 

가는 말들 지나

 

외롭지? 그런데 그건 외로운 게 아니야 가만 보면 너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외로운 거야* 혼자가 둘이지 그러면 외로운 게 아니다,

 

하는 말들 지나

 

왜 자면서 주먹을 쥐고 자 피 안 통해 손 펴고 자 신기하네 자면서도 다 알아,

 

듣는 말 지나

 

큰비 지나, 물길과 흙길 지나, 자라난 풀과 떨어진 돌 우산과 오토바이 지나, 오늘은 노인 셋에 아이 둘 어젯밤에는 웬 젊은 사람 하나 지나, 여름보다 이르게 가는 것들 지나, 저녁보다 늦게 오는 마음 지나, 노래 몇 자락 지나, 과원 지나, 넘어짐과 일어섬 그마저도 지나서 한 이틀 후에 오는 반가운 것들

 

*이문재 시인의 취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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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틀 후에 반가운 소식이 오면 좋겠다.

마음을 살짝 내려놓는 주문처럼.

그런 마음으로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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