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시집 '섬' 중에서)
ㅡ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ㅡㅡㅡㅡㅡㅡㅡㅡ
내게 사람이 풍경일 때>
고향집을 나설 때, 자동차 백미러로 보이는 손흔드는 아버지와 어머니.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마중 나갔을 때,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아이.
혼잡한 쇼핑몰 앞에 서 있는 나에게, 손 흔들며 인파들 속을 헤치며 가까이 다가오던 그 사람.
자신의 일처럼 축하해주던 선한 눈빛을 가진 사람들의 미소.
마당에서 왁자지껄 얘기하며 고기 구워 먹던, 어느 여름날의 가족들.
가만히 내 얘기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
콧등에 밴드 붙이고 방역복을 입고 병실로 향하는 의료진. 담담하고 차분히 코로나 현황을 전하는 질병관리본부장.

하나의 풍경처럼 찰칵.
내 마음 한 곳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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