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2014년 3월, 4살인 둘째딸이 처음 어린이집에 등원한 날.
어린이집 적응기간이라 2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멀리 가지도 못하고 근처 도서관에서 대기했다.
고작 두시간의 자유에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꼈다.
오로지 나혼자만의 시간. 그 도서관에서의 고요함.
내 곁에 책 몇 권. 글 몇 줄. 행복이 별건가.
도서관 한 켠에서 이 시를 읽던 순간이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말ㅡ박준 (0) | 2020.02.04 |
---|---|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_유희경 (0) | 2019.12.22 |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이제니> (0) | 2019.10.20 |
잉여의 시간- 나희덕 (0) | 2019.06.21 |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김사인 (0) | 2019.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