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김사인


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적은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라는 시인데

(좋은 시는 얼마든지 있다구요?)


안되겠다면 도리없지요

그렇지만 하느님

너무 빨리 읽고 지나쳐

시를 외롭게는 말아주세요, 모쪼록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덜덜 떨며 이 세상 버린 영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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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시다. 이런 시는 처음 봤다. 

굵은 글씨체로 적힌 부분은 이성신 시인의 [다리]전문과 [별을 보며] 첫부분을 적어 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를 자신의 시에 삽입하여 새로 시 한 편 지은걸로 하자는 발상이 귀엽다. 

시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보이는 시다. 내게 좋은 시를 지나치지 말고 음미하라는 듯하다.  

그렇다고 너무 쳐다보지 말라고. 그럼 어떻게 봐야 시(본질)를 제대로 보는 걸까. 

나는 아직 시를 모른다. 그래서 해석도 제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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