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질 

                  - 조은


이른 아침 문자 메시지가 온다

-나지금입사시험보러가잘보라고해줘너의그말이꼭필요해

모르는 사람이다

다시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메시지를 삭제하려는 순간

지하철 안에서 전화기를 생명처럼 잡고 있는 

절박한 젊은이가 보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신도 사람도 믿지 않아

잡을 검불조차 없었다

그 긴장을 못 이겨

아무 데서나 꾸벅꾸벅 졸았다


답장을 쓴다

-시험꼭잘보세요행운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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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보낸 메시지에 답장을 받은 청년(?).

자기가 기다리던 사람의 문자가 아니라서 실망했을까. 

답장 메시지를 보고 배시시 웃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실수를 눈감아주는 문자 한 통에 긴장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잘못 보냈지만, 자신을 응원해주는 모르는 사람의 답장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

이런 에피소드는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헐렁하게 혹은 말랑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잘못된 메시지를 작가는 잘 포착한 것 같다. 

무엇보다 자신이 절박해 보았기에, 보이는 절박함. 작가는 지나칠 수 없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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